넷플릭스 | 영화 추천 레이디 버드 (Lady Bird)
2018 94분
- 감독 그레타 가윅 – 출연: 시알샤 로넌, 티모시 샬라메
스토리의 주인공 크리스틴은 자신에게 레이디버드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 이름으로 불리기를 바라고 있다. 풍요롭지 못한 가정환경을 떠나 뉴욕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 이 문제를 포함해 일상에서 줄곧 어머니와의 잦은 다툼이 이어진다. 학생회장 선거에도 출마해보고 연극부에도 가입해보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대담한 장난도 치고 남자친구도 사귀어본다.
그렇게 휘몰아치던 일상 끝에 학교를 졸업하게 됐고 동부에 위치한 학교에 합격해 오랜 시간 머물던 서부 새크라멘토를 떠났다. 하지만 떠나면서 자신을 방해만 했던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지겨워하던 새크라멘토를 이제야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동부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을 더 이상 ‘레이디 버드’가 아닌 크리스틴으로 소개하게 된다.
리비우 이 영화는 십대 소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잘 묘사하면서도 부모, 특히 어머니와의 애증 관계를 잘 묘사하고 있다. ‘나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데 엄마는 뭘 하면 안 된다’는 갈등 솔직히 한 번쯤은 다 겪어봤을 것이다.
널 사랑하는 거 알잖아.”
나도 안다.근데 날 좋아해?”
가족을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흔하고 어떤 격언 같고 어떤 속담 같은 익숙한 조합의 정해진 문구 같아서 가끔은 내 마음에 와닿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나는 우리 엄마를, 아빠를 좋아하나? 인간으로서 내 내면에 그들을 향한 순수한 ‘좋아함’이 있는가? 어머니도 아버지도 나에게는 애증으로 굳게 뭉쳐 있고, 그래서 아마 두 사람에 대한 내 감정은 회색지대 어딘가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의 가족과 나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를 본 시기와 어머니와의 깊은 대화가 절묘하게 이어졌고, 나에게는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영화였다. 처음에는 말괄량이 10대 소녀의 좌충우돌 스토리인 줄 알았는데 가족, 특히 어머니에 대한 온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줄 줄은 몰랐다. 예상외로 너무 좋은 포인트였어.
나는 네가 항상 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이길 바란다.”
이게 내 최고의 모습이라면?”
지겨워서 낫지 않는 지금 이게 내 최선이라면 어떡하지? 나도 불안해. 그러니까 제발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줘. 라는 마음이 묻어나는 대사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가까워졌다.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보다 그저 지금의 자신을 인정하는 눈빛이 필요할 뿐이다. 그게 찰나일지라도.
쾌락주의자처럼 재미있고 즐거운 일에 즉흥적으로 임하고 거짓말도 서슴지 않던 가명의 ‘레이디 버드’가 남들이 운전하는 차에서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나는 OO로 간다’고 목적지를 말하고 나서 점점 본명인 ‘크리스틴’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후 지금은 자신이 운전대를 잡고 엄마가 간 길을 똑같이 지나가고, 두 사람의 모습이 교차로에서 편집되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진짜 마음에 든다. 그 장면이 엄마와 딸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애매한 관계를 특별한 대사 없이도 아주 잘 표현한 것 같았다.
생각보다 잔잔한 영화였고 화면 색감이나 톡톡 던지는 평범한, 하지만 마음에 남는 대사가 좋았다. 잔잔하고 따뜻한 무난한 영화를 찾고 있다면 레이디버드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