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감성적인 천문학 이야기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한국 유일의 타이탄 연구자였던 저자는 박사학위 논문을 한글로 쓰고 타이탄으로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달로 연구주제를 바꾸고 젊은 달 과학자로서 <네이처>지와 인터뷰를 하는 등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무엇보다 에세이를 쓰는 과학자였기에 이 책이 나왔다.

우연히 과학잡지에서 성운과 은하 사진을 보고, 우주와 사랑에 빠진 저자가 우주를 바라보던 시선으로 일상을 돌아보며 풀어나간 이야기에는 따뜻함과 성실함이 배어 있다.

학생들에게 보낸 메일을 읽고 눈물이 나오고 당황했다. 따뜻한 마음의 격려와 격려 때문에 이런 교수가 있다니! “그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인생의 다른 면을 보살피고 있었다”라니, 과거의 자신을 질책 하는 말에 나도 위로 받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달래는 것도 있나! 감탄했다. 남편의 배려로 잠시 줄줄이 야근을 하게 된 것이 너무 좋다는 저자는 천상학자이다. 학문을 이렇게 즐길 수 있어!

천문학자의 저자가 칼·세이건의 『 코스모스 』을 한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적이 없다는 고백은 『 코스모스 』을 꿈틀거리며 눈을 부릅뜨고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것에 급급했던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일반인 만큼 어려운 책이 아니라 천문학자만 칼·세이건의 “지식의 넓이와 사유의 깊이”에 놀라고 그가 하늘과 우주에 대해서 감동하는 전율을 느껴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산뜻한 기분마저 들었다. 물론 저자는 “코스모스”을 새로운 번역본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는 사람이라 두고두고 조금씩 읽는다는 것을 나처럼 빈말에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당히 다르다.(웃음)

한국 유일의 우주 비행사, 이·소연에 대해서 쓴 『 최고의 우주 비행사 』을 읽다가 울뻔 했다. 처음 선발된 “고산”대신 갑자기 우주에 가게 된 이소연은 이미 우주 비행사들이 쓰는 물품으로 보낸 고산의 옷과 물품을 써야만 했다는 얘기, 중력이 없고 심장이 본래의 역할을 하고 있어 우주 정거장에서는 이소연의 얼굴이 지구보다 많이 벗기는 거이라는 사실, 러시아 측에서 실험이 너무 많아서 줄이라고 할 만큼 이소연이 수면까지 절약하면서 실험에 힘썼다(18의 실험을 했다!)사정, 귀환 때 죽을 뻔한 이야기, 후속 프로젝트도 없이 다시 자신이 하던 연구도 못한다 이 아내 소영에게 대한 비난 등 별로 알려지지 않은 뒷 이야기에는 답답함을 넘어 화가 났다. 한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남녀 차별 문제가 과학계에서도 아니, 남조 사회인 과학계에서도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이소연과 지은이의 경험을 보고 새삼 확인하게 된다.

보이저 1호의 우주 탐사의 이야기의 부분에서 보이저 1호가 마치 생명체인 것처럼 그 정처 없는 여행길의 막연한 외로움과 쓸쓸함이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특히 평소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창백한 청점”로 불리는 지구의 사진에 관한 설명부터 보이저호가 사람처럼 느껴졌다. 계속 나아가보이저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울뻔 했다. 큰 소리 없이 조용히 말하고 있는데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고 집중시키는 저자의 능력이 대단하다!

©Wiki Images, 출처 Pixaby

<제3부. 아주 짧은 천문학 수업>은 저자가 천문학자였음을 실감케 하는 부분이었다. 너무 짧다며 애써 독자를 격려하는 제목을 지었는데도 적경과 적위니 프라임 디렉티브 룰이니. 솔직히 나한테는 좀 어려웠다!ㅠㅠ그래도 실제로 짧았고, 소해성과 혜성을 여행자로 묘사한 듯한 문학적이고 감성적인 비유, 삶과 결부시키는 설명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나는 3부 중에서 특히 <잘 알려진 천문학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주로 서양 천문학사를 다루는데 잘 알려진 내용을 들었지만 저자의 설명은 귀에 못이 박힐 듯 간결하면서도 눈에 띄는 재미가 있었다. 천문학사를 설명할 게 있으면 딱 저자처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천문학사에서 다룬 동양천문학, 주로 한국의 고천문학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한국은 전 세계 고인돌의 절반 이상이 존재하는데, 고인돌에 관측한 별자리가 새겨져 있고, 세계 최고의 천문대인 첨성대를 비롯해 동아시아에서 가장 정교한 천문도를 가진 나라 등 한국의 훌륭한 천문학사를 언급한다.

1만원권에 천문학 관련 아이템이 3개나 있다고 소개했지만 단팥죽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영광만 생각하지 않고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고교 3학년생에게 우리는 어떤 시선을 보낼 것인가. 천상열차 분야 지도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와 NASA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판다면 어느 것이 더 팔릴까?라고 묻고 있다.

천문학자가 아니더라도 우주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수만 가지라는 저자의 주장처럼 이 책을 읽고 우주가 조금은 친근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 달은 생각보다 가혹한 환경이어서 화성이 지구와 어느 정도 닮은지를 제대로 알게 됐다. “음, 그래서 화성 탐사에 그렇게 열을 올리는구나!” BTS의 노래 <134340>은 명왕성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과 명왕성은 논란은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이제 태양계 행성이 아니라는 것! 이 책 덕분에 천문학에 대한 지식이 부쩍 늘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무엇이 되려면,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고, 그리고 무엇이든지 하면, 무엇이든지 좋다고 인생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안개 속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글을 썼다. 그래서 어떤 책이 되었다라고 쓰고 있다. 그 목적지 중 하나인 나도 있음을, 이 책은 꽤 좋은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열 번의 계절 동안 열심히 책을 쓴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묵묵히 연구에 매진하는 그와 앞으로 그가 써나갈 글들을 응원한다!

다음은 내 기억에 남는 글이다.돌이켜보면 중간에 그만둘 수 없었던 것은 떠날 용기가 나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남은 채로 버티는 데도 역시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 떠난 사람들은 안 남은 것이 아니라 안 남는 것을 선택했으므로 남은 사람들은 안 간 것이 아니라 안 가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이제는 알 수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에 이기든 지든 보는 경험이 나를 숙련된 뱃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을. (31쪽)

생일별자리는 태양의 위치가 중요한 시스템으로 내 생일에 태양이 내 별자리 구역에 임한다는 뜻이다. 해가 저토록 밝으니 바로 옆의 별이 눈에 보일 리가 없다. (44쪽)

지구 기후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조선시대는 13세기 초부터 17세기 말까지 지속된 소빙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 빙하기까지는 아니지만 꽤 추운 시기였다. 그 중에서도 1650년에서 1700년 사이 특히 온도가 낮아 지구 전체가 추위에 떨었는데, 이 시기를 마운틴 극소기의 Maunderminimum이라고 한다. (49쪽)

대학생은 시 쓰는 법을 연습하는 초보자인 것 같다. 남의 시를 베끼지 않고, 남의 시와 비슷하지도 않으며, 그래도 내 시상을 훌륭하게 표현하는 그런 시를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 생각 내 의견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면, 이과생도 단필로 문장을 쓸 수 있다. (60~61쪽)

힘들 때는 ‘왜 그 때 더 잘 못했냐.’ 라고 과거의 나를 질책하게 되는데, 그 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삶의 다른 면을 돌보셨잖아요. (70쪽)

우리는 항상 잘 몰라. 자연은 항상 예외를 내포하고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 그것만이 언제 어디서나 진실이다.(95쪽)

의심하는 것이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각도에서 의심하고 그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답을 찾은 후에도 과연 답이 하나뿐인지, 또 다른 측면의 해답은 없는지 계속 의심하는 것, 그것이 과학자의 몫이며 해야 할 일이다. (96쪽)

천문학에서 별은 행성 위성 혜성과 같은 천체를 제외하고 스스로 빛을 발하는 천체를 말한다. (120쪽)

「사회적」인 나이를 먹는 것은, 여러가지 것을 보고 듣고 접하면서 감정이 있는 주파수는 진폭이 줄어 들어, 어느 주파수는 증폭하는 구조가 되는 것은 아닐까? (110쪽)

보이저의 과학탐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고향을 둘러보는 위험한 시험이 허용되었다. 멀어지기 직전에 발견된 사진 속의 단 하나의 픽셀에 지구라는 ‘창백한 파란색 점’이 찍혔다.

보이저는 창백한 푸른 점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의 지령도 받지 않는 곳으로. 보이저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 가져온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점 가벼워져 빛조차 너무 희미해진다. 그래도 멈추지 않아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리하여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되는 거야 (156쪽)

천문학자가 아니더라도 우주를 사랑할 수 있고 우주탐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주를 사랑하려면 수만의 방법이 있으니까. (180쪽)

섣달 그믐은 밤을 꼬박 새운 사람들, 혹은 밤중에 일어나 태양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소수의 사람들만 보는 그런 달이다. (186쪽)

당대에는 현명한 제안이었겠지만 오늘날 프톨레마이오스 주전원은 복잡한 가정을 억지로 섞어 그럴듯해 보이는 것을 비유할 때 언급되는 슬픈 운명을 맞았다. 설명은 간단할수록 좋다는 오컴 면도기 개념의 대척이라고나 할까. (200쪽)

고대 그리스에서 태양이 중심에 있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지동설을 지나치게 빨리 주장한 이 천문학자의 이름은 아리스탈코스. (200쪽)

고인돌 덮개돌이나 고분벽화에 나타난 별자리 그림은 고고학과 천문학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고 남북한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209쪽)

빠르게 도는 팽이의 자전축이 천천히 변하듯이 지구의 자전축도 약 2만6000년 주기로 서서히 움직이는데 이를 세차운동이라고 한다. 세차운동 때문에 수백년에서 천수백년 정도 지나면 별의 위치가 천문도에 맞지 않게 된다. (212쪽)

달에서 일교차가 300도를 넘는 이유는 낮과 밤이 각각 보름씩 있기 때문이다. 한편 화성에서의 하루는 24시간 37분.(233쪽)

태양 주위를 돌면 행성, 그 행성 주위를 돌면 위성, 위성은 아니지만 행성보다 작으면 소행성, 가끔 태양 주위에 다가가 먼지와 연기를 흩뿌리며 지나가면 혜성이었다. (241쪽)

2006년에 그 기준을 정하게 되었다. 태양 주위를 도는 둥근 천체 중 궤도를 독점하면 행성, 궤도에 이웃하면 왜소행성으로 정해 자연히 명왕성은 왜소행성으로 분류됐다. (242쪽)

과학논문은 늘 저자를 우리We라고 칭한다. 물론 과학논문의 대부분은 공동연구자들이 함께 내용을 채워 넣기 때문에 우리라고 쓰는 게 당연한 것 같다. 문제는 학위 논문이다. 석사학위와 박사학위 논문의 저자는 당사자 한 명이지만 그래도 논문을 쓸 저자를 자칭할 때 우리라고 한다. …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며,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래서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가 아니라 인류다. (2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