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여성 A씨는 3개월 전 계속 피곤하고 심장이 뛰는 증상이 3주 넘게 지속돼 병원을 찾았습니다.혈액 검사 결과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올라간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진단되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병원에는 당장은 치료가 필요 없는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두 달 정도 후에 다시 찾은 병원, 이번에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 갑상선 호르몬제를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도대체 A씨는 항진증인 걸까요? 저하증인 걸까요?

최근 갑상선 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고 병원을 찾은 환자 중 A씨와 같은 현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항진증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날은 저하증이 와서 갑상선 호르몬제를 먹어야 한다고 하니까 환자에게는 좀 당황스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 이유는 혈중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상승하는 원인이 ‘갑상선 기능 항진증’ 하나뿐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 혈중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상승하는 원인과 그에 따른 치료법은 무엇일까요?

갑상선 기능 항진증 VS 갑상선 중독증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갑상선에서 갑상선 호르몬을 많이 만들어 분비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당연히 혈액 속의 갑상선 호르몬 농도는 올라갑니다. 이런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나타나는 데는 여러 가지 다른 원인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그레이브스병’이라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다른 원인으로는 갑상선에 생긴 혹에서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하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갑상선 중독증’이라는 용어는 단순히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정상 수치 이상으로 올라간 상태를 말합니다.갑상선 중독증이 갑상선 항진증 아닌가요? 보통은 그렇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어요. 혈액 속의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올라가는 것은 같지만 갑상선에서 호르몬을 만드는 것만으로 분비되는 상태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즉 갑상선 중독증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의해서도 발생하는데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없어도 나타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갑상선 중독증이란 무엇인가요? 갑상선 중독증, 즉 흔히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 이상으로 올라가는 상태의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대부분의 경우 그레이브즈병)이 발병한 경우와 갑상선 염증에 의해 일시적으로 갑상선 호르몬 혈중 농도가 올라가는 경우입니다.

우선 그레이브스병이 발병한 경우는 약으로 장기간 치료를 하거나 약으로 잘 되지 않는 경우는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 등의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반변에 갑상선의 염증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호르몬 수치가 올라간 경우는 원칙적으로는 치료가 필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호르몬 수치가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혈중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상승하게 되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 치료제인 항갑상선제를 사용하기 전에 정확한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일으키는 자가 항체 검사도 필요하고 가능하면 갑상선의 기능을 확인하는 핵의학 검사인 갑상선 검사로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약물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상적으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분명한 경우라면 추가 검사 없이 바로 항갑상선 기능 항진증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항진증에 따른 안병증(한쪽 혹은 양쪽 안구가 돌출되거나 복시현상, 시력장애 등이 나타나는 안질환)이 있거나 갑상선 청진상의 혈류가 증가하여 들리는 잡음이 확인된 경우에는 임상적으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혈중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증상인 가슴 두근거림이나 손떨림 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베타 차단제와 같은 약제는 원인과 상관없이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염에 의한 일시적 갑상선 중독증이란? 어떤 원인이든 갑상선염에 염증이 단기간에 걸쳐 심해지면 염증을 일으킨 갑상선 조직이 손상되어 갈라집니다. 이 과정에서 갑상선 조직에 미리 만들어져 저장돼 있던 갑상선 호르몬이 누출되고 이렇게 누출된 갑상선 호르몬이 혈액 속으로 흡수되면서 혈중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상승하게 되면 실제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기간에 갑상선 중독증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누출된 갑상선 호르몬은 시간이 지나면서 신진대사가 안 되고 없어지기 때문에 결국 혈중 갑상선 호르몬 농도는 서서히 정상적으로 회복이 됩니다.

문제는 갑상선 조직의 손상이 심할 경우 갑상선 호르몬이 필요할 때 새롭게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때가 마침 시간이 지나면서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을 지나면서 점점 감소하다가 결국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오는 경우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A씨의 사례가 갑상선 염증으로 인한 일시적인 갑상선 중독 상태 후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병한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통해 정상 갑상선 호르몬 혈중 농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추적 관찰을 통해 갑상선 기능이 회복되는 것이 확인되었을 때 서서히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습니다. 일부 환자의 경우 소실된 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항갑상선제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경우에만 사용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치료제인 항갑상선제는 갑상선에서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과정을 방해하고 호르몬이 적게 만들어지도록 하는 약제입니다.

따라서 갑상선 염증에 의한 일시적인 갑상선 중독증으로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면 이미 염증으로 타격을 입은 갑상선에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염증으로 인한 감상성 중독증 상태 후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더욱 발생하기 쉽습니다.

물론 실제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받았는데도 항갑상선제를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라든지 기저에 만성적인 갑상선염이 있는 상태에서 항진증이 발병한 경우 혈중호르몬 농도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갑상선 기능 저하 상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약제 용량을 조절하면 대부분 정상 갑상선 호르몬 농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갑상선약은 모든 갑상선 중독증 환자에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갑상선 기능 항진증자에게만 투여해야 합니다.

갑상선 질환은 결국 신체 면역력이 저하되고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 범위를 유지하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따라서 근본적으로 몸의 면역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올바른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 꾸준한 운동을 유지하고 갑상선에 악영향을 주는 흡연, 음주, 스트레스 등의 요인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