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출소 Pixabay 버스 운전 8년 만에 두 번째 버스 사고가 났다. 사고라고는 하지만 다행히 크지는 않았고 내 잘못도 없이 리포트하고 바로 정리됐지만 운전하는 마음가짐을 바로잡게 된다.
아침에 아이들을 모두 학교에 내려주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거의 도착할 무렵 사거리 신호소의 스톱 싸인에 버스를 정차했다. 버스를 세운 지 2초 만에 버스 뒤에서 쿵쿵거리는 가벼운 소리가 났다.사고가 났다는 걸 직감하고 내려보니 작업용 스프린터 밴이 내 버스 뒤를 받았다. 버스는 흠집도 나지 않았는데 밴은 보닛이 휘어져 냉각수가 터졌는지 엔진룸에서 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나는 차선을 바꾼 것도 아니고 그냥 빨간 신호에 정차했는데 뒷차 운전자가 부주의하게 운전한 것 같았다.
회사에 무선으로 사고 소식을 알리고 위치를 말했다. 너무 가까운 곳에서 사고가 나서 5분 안에 회사에서 사람이 간다는 연락을 받고 기다렸다.
경찰은 사고 발생 3분여 만에 회사 사람보다 먼저 도착했다. 먼저 버스에 아이들은 없는지 확인하고 내가 괜찮냐고 물은 뒤 운전면허증과 버스등록증을 달라고 했다. 서류를 건네면 차도는 위험하니 버스 안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조금 있다가 회사 사람이 와서 버스 사진을 찍고 일이 끝날 때까지 같이 기다려 주었다.
경찰은 사고 경위와 자신의 신상정보를 쓰라며 처리할 경찰에 넘기라고 지시했다. 사고 경위를 적어 순찰차에 서류를 전달하러 갔더니 아시아계 여경이 있었다. 처음 온 경찰은 백인 남성이었지만 그는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이름표에 이름이 Lee라고 적혀 있어 한국인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물으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의외로 발링턴에서 한국 여경을 보게 돼 정말 기뻤다.
서류를 주면 내 면허증과 버스 등록증을 주면 가도 된다고 했다. 사고 경위는 다시 경찰이 회사에 보내겠다고 했다. 뒤에서 받은 거라서 나는 잘못이 없다고 안심시켜줬다.
회사로 돌아와 버스를 정비소에 세워 점검했더니 정비사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 운행을 계속하라고 확인해줬다. 사무실에서는 경찰로부터 “메일이 오면 서면으로 정리하자”며 오후에 다시 오라고 지시했다.
가벼운 접촉사고로 평소보다 30분가량 늦게 집에 돌아왔다.
오후 학교 아이들 픽업 전 사무실에 들렀다. 도로 상황이 그려진 그림 아래에 아침과 마찬가지로 경위를 적고 사인을 했다. 회사에서도 내 잘못은 아무것도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주었다. 운전하는데 괜찮냐고 물었는데 나는 문제 없다고 말하고 나왔다.
캐나다에서 길에서 사고가 난 것은 처음이다. 그래도 큰 사고가 아니어서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상황이 복잡하지 않고 인명피해도 없고 제가 쉽게 처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복잡했으면 영어로 경위서 쓰기가 좀 귀찮았을 것 같아. 캐나다에서 살려면 영어를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실천은 또 다른 문제다.